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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독서 후기 - 거꾸로 흐르는 강 (토멕과 신비의 물)

by 에벤지 2023.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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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토멕과 한나의 모험 


토멕의 잡화상은 마을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자그마한 잡화상이었는데, 별다른 장식 없이 창문 위쪽에 푸른색 페인트로 ‘잡화상’이라고만 쓰여있었다. 토멕의 잡화상에서 파는 물건 하나하나를 나열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지 싶다. 책 한 권에 다 나열한다 해도 모자랄 테니, 그저 이 한 단어로 족하리라. 모든 것. 그랬다, 토멕네 잡화상은 모든 것을 파는 곳이었다. 이런 토멕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토멕은 인생이 지루해서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만 같았다. 이곳을 떠나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토멕은 자주 잡화상 안쪽으로 난 작은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내다보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들려온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토멕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막대사탕 있나요?” 토멕이 고개를 드니 거기에는 세상에 더는 예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소녀가 서 있었다. “네. 막대사탕 팝니다.” 토멕은 커다란 유리병에서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소녀에게 내밀었다. “이 많은 서랍장에는 뭐가 들었죠?” “그러니까… 말하자면 모든 것이요. 필요한 모든 것…….” 소녀의 목소리에 갑자기 희망의 기운이 차올랐다. “그렇다면 혹시 크자르강의 물도 여기에 있나요?” 토멕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그 강이 어디에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었다. 그런 토멕의 표정을 소녀가 읽어버렸다. 어두운 그림자가 소녀의 얼굴을 스쳤고 그녀는 토멕에게 눈도 맞추지 않은 채로 덧붙였다. “죽지 않게 해주는 물이라고 하죠. 모르세요?” 토멕은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자, 그럼 수고하세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소녀는 가게를 떠나버렸고, 뒤로 남은 토멕은 혼자 중얼거렸다. “안녕히…….” 그날 이후 토멕의 머릿속에는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내내 맴돌았다. 그렇게 토멕의 가장 위대한 모험이 시작되었다. 과연 토멕은 망각의 숲과 향수 마을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섬을 지나서 소녀를 다시 만나고 크자르강을 찾을 수 있을까?


우화와 신화, 동화와 전설을 넘나드는 문학적 상상력
슬픔과 고통에 맞서는 환희의 성장 스토리


장 클로드 무를르바는 몽환적이면서 정확한 문장으로 그리움과 연약함, 사랑과 전쟁처럼 영원히 반복된 주제를 다루며 고전의 서사와 현실을 연결한다. 무를르바의 대표작 『거꾸로 흐르는 강 토멕과 신비의 물』에서 토멕은 거꾸로 흐르는 크자르강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마을 밖이 처음인 소년의 시선으로 신비로운 세계를 지켜보며 사랑, 갈망 그리고 용기에 의해 움직이며 사건을 해결한다. 독자 역시 토멕을 따라서 ‘망각의 숲’, ‘존재하지 않는 섬’, ‘신성한 산’을 지나는 우화적이고 신화적인 기묘한 모험을 하게 된다.

장 클로드 무를르바의 작품 세계에서 문학, 음악, 예술은 세상의 잔혹성과 야만성에 맞서는 강력한 힘이다. 무를르바의 작품은 삶을 긍정하는 휴머니즘이 특징이며, 이는 종종 등장인물의 행동으로 묘사된다. 무를르바의 작품에는 선에 대한 신비한 열망이 담겨 있어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만든다.

무를르바의 작품 속에는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없는 어린아이가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모험이 항상 뒤따르며, 이는 어린이가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모험은 어른의 세계와의 일시적인 거리를 표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거꾸로 흐르는 강 토멕과 신비의 물』에서 토멕은 지루한 일상과 정해진 미래에서 벗어나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 어려운 도전을 한다. 물론 성장의 과정에서 고통, 이별, 죽음과 같은 현실을 마주하기도 하고, 어린아이가 언제나 어린아이일 수 없는 것처럼 무를르바의 모든 작품이 항상 행복하고 조화로운 결말을 맞이하는 것도 아니다. 무를르바의 작품이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에게 사랑받으며 읽히는 이유는 작가가 현실과 환상, 어른과 어린이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흐르는 강 토멕과 신비의 물』은 수많은 우화와 신화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이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익숙하면서 낯선 사건과 모험을 경험하게 된다. 천 년 동안 산 새와 영원한 생명을 주는 강물은 수많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재이고,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잊게 하는 망각의 숲은 고전 기사 문학의 신비를 재현한다. 갑자기 찾아와 토멕을 모험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소녀 한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를 떠올리게 하며, 향수 마을은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국을, 존재하지 않는 섬의 무지개 요괴는 『오이디푸스』의 스핑크스를 닮아있다. 잠들어 있는 토멕에게 보낸 한나의 편지에는 『천일야화』가 직접 인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거꾸로 흐르는 강 토멕과 신비의 물』을 읽으며 독자는 토멕과 한나의 신비한 모험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설화와 전설 그리고 신화를 모두 담고 있는 문학 여행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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